달팽이 속 '이것'으로 이너뷰티 정조준… 父子 도전에 주목한 이유 [그래서 투자했다]

입력 2024-01-02 09:43   수정 2024-01-02 09:53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경 긱스(Geeks)의 [그래서 투자했다]는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정한나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이 뷰티테크 회사 에이지엣랩스에 투자한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가면서 곱게 늙고 싶다는 욕구도 강해집니다. 수명이 늘어난다고 노화도 늦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20대 중반 즈음 시작되고, 한 연구에 따르면 급격한 노화 촉진 시기도 일정 연령대에 찾아온다고 합니다. 늙지 않고 수명만 늘어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노화가 시작된 채로 예전보다 10~20년을 더 살게 된다는 사실이 달갑지는 않은 일이죠.

이런 노화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가 지금의 뷰티, 이너뷰티 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이 어느 순간 콜라겐, 글루타치온 등 이너뷰티 제품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티에이징 관련 화장품들의 꾸준한 성장은 당연한 현상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콜라겐이 장악한 이너뷰티 시장…'뮤신'으로 도전장
뷰티와 이너뷰티 제품은 쏟아지고 선택지가 많아지다 보니 차별화된 소재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 대중이 갖고 있는 소재에 대한 지식 수준도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소재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나와 맞는 성분인지, 그 성분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합니다. 연구없이 유명하고 좋다는 소재들을 조합해서 파는 제품은 경쟁력을 잃고 금방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끊임없이 소재와 조합을 변경해가며 마케팅에 집중해 살아남는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섭취하는 제품을 만드는 이너뷰티 시장은 식약처의 엄격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소재들을 마구 조합하기도 어렵고, 이를 효능이 있다고 마케팅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너뷰티 제품 제조 기업들은 개별인정형 원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비타민을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하게 챙겨 먹는 것처럼 피부관리를 위해서도 꾸준히 챙겨먹을 소재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콜라겐입니다. 콜라겐은 우리 피부의 탄력을 형성하고 있는 구성 성분으로 이너뷰티 시장의 초기 도약을 만들어낸 성분입니다. 하지만 콜라겐도 다 같은 콜라겐은 아닙니다. 연구가 기반이 되지 않은 일반식품격 콜라겐이 있고, 뉴트리, CJ웰케어, 아모레퍼시픽 등 많은 기업들이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한 콜라겐도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임상을 통해 효능이 연구된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일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한 소재를 6년간 독점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개별인정형 인증을 받은 소재로 제품을 잘 만들면 최대 수천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런 소재를 발굴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별인정형 원료 등록은 모수 대비 10% 정도만 통과합니다. 결코 쉬운 절차가 아닙니다. 전임상과 임상에서 뚜렷한 기전이 확인돼야 하고 부작용은 없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아니죠. 등록이 되더라도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기업이 제품 기획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잘 팔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에이지엣랩스는 그 어려운 과정에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바로 뮤신이라는 물질을 연구해 콜라겐이 장악하고 있는 이너뷰티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뮤신은 천연물 소재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매우 희소한 성분으로 곰 발바닥, 장어, 마, 오크라 등에서 발견되는 점액성 생화학 물질입니다. 주로 세포조직 표면이나 피부 같은 몸 표면에서 보호 작용을 하고 있는 물질이죠. 당, 단백질, 아미노산, 황산의 결합물로 피부장벽 생성과 피부 수분 재생 등 다기능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로 꽤 오랜 시간 연구돼 왔습니다.

하지만 당, 아미노산 묶음, 단백질 등의 복합적인 결합물이기 때문에 먹어서 피부에 흡수되고 피부를 좋아지게 만든다는 기능을 연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에이지엣랩스는 바로 이 부분에서 기회를 보고 일반적인 뮤신 대비 분자량을 20배 이상 더 잘게 쪼개 흡수율을 높인 자체 ‘뮤신복합추출물’을 개발했습니다.

에이지엣랩스가 개발한 ‘뮤신복합추출물’은 전임상 테스트로 피부 밀도와 주름, 결, 보습 등의 부분에서 효능을 확인했으며, 작년에는 SCI급 논문에 등재돼 그 기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가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매출과 함께 약 2만 건에 달하는 후기, 50%에 가까운 재구매율 등으로 제품기획력과 마케팅 역량도 갖추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곧 임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되면 좀 더 안전하고 다양하게 제품 확대가 가능하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능해질 것 입니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잘한 투자"
에이지엣랩스는 롯데벤처스가 하고 있는 푸드테크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미래식단’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저 또한 노화를 늦추고 싶은 인간으로서 여러 이너뷰티 제품을 먹고 비교하곤 했는데, 시중 콜라겐 제품이 점점 차별점이 없고 단가만 높아지는 것에 불만이 있던 찰나 에이지엣랩스가 그 시장을 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겠단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보통은 투자 검토를 진행하면서 회사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알게 되고 투자에 대한 확신을 점점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지엣랩스는 투자 검토를 진행할수록 확신을 가졌습니다.

투자자가 하는 후회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했다가 망했을 때 ‘투자하지 말 걸’ 하는 후회, 투자 기회를 놓친 기업이 잘 됐을 때 ‘투자할 걸’ 하는 후회, 마지막으로 투자한 기업이 잘 됐을 때 ‘좀 더 투자할 걸’ 하는 후회. 그 세 가지 후회 모두 없게 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투자 검토의 과정인 것이죠. 스스로에게 ‘에이지엣랩스는 검토 과정을 돌아봤을 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회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잘한 투자다’하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이너뷰티 분야에서 개별인정형 소재 시장 성장의 이유도 있고, 지금까지 에이지엣랩스가 보여준 지표들과 소재가 가진 가능성도 확신을 들게 한 이유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정석 대표의 사업을 대하는 자세와 실행력이었습니다.

이정석 대표는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스타트업 대표 스타일에 매우 가까운 사람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실이 있는 사람. 이정석 대표의 첫인상이 그랬습니다. 검토할수록 사업에 대한 열정과 성급하지 않은 담대함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를 안팎으로 잘 성장시켜서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발명 정신'과 아들의 '사업 정신'
이정석 대표가 에이지엣랩스를 시작하게 된 스토리도 정말 재밌습니다. 아버지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규용 이사는 군 장비 등 정밀 기계를 설계하던 이력으로 평생 갈 사업모델을 발명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달팽이를 방목형으로 기르는 방법을 연구했고, 달팽이 농장을 시작했습니다. 해외에는 달팽이를 방목형으로 기르는 농장이 꽤 많은데, 해외에서 많이 쓰는 방목 방식으로는 달팽이 이탈을 완전히 막을 수 없고 큰 면적이 필요해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국내 대부분의 달팽이 농가에서는 통에다 가둬놓고 키우는 방법을 선택하죠.

이규용 이사는 달팽이를 좁은 면적에서 효과적으로 방목해 사육하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발명했고 이렇게 키운 달팽이에서 추출한 액기스를 가족들에게 먹으라고 줬다고 합니다. 이정석 대표가 이를 지인들에게도 판매하고 효과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아 이 달팽이 액기스, 뮤신이라는 물질을 더 연구하고 사업화까지 시키게 된 것이죠.

실제로 에이지엣랩스는 이런 독자적인 달팽이 사육방식과 뮤신 고효율 추출방식으로 아주 낮은 원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장 실사를 갔을 때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상 달팽이 사육 방식은 가둬놓고 밥을 줘야 하기 때문에 달팽이 밥으로 주는 식물들이 안에서 부패하는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부패하면서 습기가 발생하고 이런 습기에 달팽이 알이 썩지 않도록 달팽이가 알을 낳으면 알을 꺼내 분리해줘야 합니다. 아주 번거로운 과정이죠. 하지만 이규용 이사가 구축해 둔 사육시설에서는 냄새도 없고 번거로움도 없이 달팽이들이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건강한 원재료를 효율적으로 키워내는 아버지의 발명 정신과 끈질기게 효능을 연구하고 제품화시키는 아들의 사업 정신이 만나 에이지엣랩스가 탄생하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에이지엣랩스는 소수의 인원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뤘고, 이제 더 큰 목표를 위해 각 파트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지만 진짜 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임상 테스트, 신제품 출시, 판매 채널 확장, 화장품 분야 진출, 해외 진출 등 세워둔 계획이 너무나도 많고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이정석 대표와 에이지엣랩스는 모든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여정을 투자자로서 함께 하며 회사의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사격하고자 합니다.

최근에 나온 에이지엣랩스의 신제품 퓨리카핏V라인 제품을 보면서 또 한번 ‘이 회사 제품 참 잘 만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제품은 다이어터 타깃 제품인데, 기존에 먹던 퓨리카뮤신 콜라겐을 추가 주문하면서 신제품도 함께 시켜 먹어보다가 이상하게 피부 좁쌀 여드름이 좋아지는 것 같아 제품 성분 등을 자세하게 찾아봤습니다.

일반적인 다이어트 제품은 대부분 수분을 배출시키는 성분이 있어 일시적인 붓기 빠짐 현상을 보이나 과도한 수분 배출로 다시 붓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런데 퓨리카핏V라인은 수분이 아닌 나트륨을 배출하게끔 만들어 다시 붓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트륨에 취약한 제 몸이 퓨리카핏V라인을 먹고 나트륨을 배출하게 해주니 염증도 줄고 좁쌀 여드름도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죠.

사실 이너뷰티 시장은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마케팅으로 고객의 기대감을 높여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직접 효과를 보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에이지엣랩스를 통해 노화를 늦추고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길 바라며, 차세대 뷰티 기업으로 성장할 에이지엣랩스의 걸음을 함께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정한나 롯데벤처스 선임심사역 ㅣ이화여대에서 섬유예술학과 벤처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생때 창업을 했던 계기로 졸업 후 KB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으로 벤처투자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케이옥션 전략기획팀에서 기업공개(IPO)와 신사업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케이옥션 상장 후 롯데벤처스에 합류해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푸드테크와 헬스케어 분야 초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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